6박 8일 런던(London) 여행기 Day-1

일상 | 2021.03.27 20:51

1995년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했었다.
이후 이렇다할 여행기록은 없었으며 20여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결혼을 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이자 신혼여행의 여정을 어렴풋이나마 기억에 남아있을때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원래 이 글은 신혼여행이 끝난후 올리려했는데 특유의 게으름으로 이렇게 늦어져 결국엔 지금에서야 쓰게 되었다.
2021년에 2015년의 시점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신혼여행 장소를 선택하는건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에 20년전의 추억을 더듬어 보기위해 제주도 신혼여행을 제안했을때 와이프는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두 번째로 생각했던게 일본 배낭여행 이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잇점이 있으며 같은 동양권 문화와 엔저영향으로 비용의 저렴함까지 모든게 맞아 떨어졌는데 결정적으로 걸렸던게 있었으니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였다.
우리는 세번째 대안을 찾아야했고 나의 강력한 요구로 런던(London)을 최종 선택하게 되었다.

나는 해외여행을 가본적이 없었지만 가고싶은 곳은 이루 말할수 없을만큼 너무나 많다.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들이 있는데 치안, 비용 및 기간, 의사소통, 끌림이 그것이다.

치안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비용 및 기간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의사소통은 여행이 얼마나 알차게 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끌림은 내가 왜 여기를 가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비용 및 기간은 정해져 있기때문에 문제가 될것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린 6박 8일간 2,500파운드 정도를 썼다.
둘 중 한명이 외국어를 잘 구사할 수있다는건 참 편한데 와이프는 외국인과 영어로 의사소통에 전혀 무리가 없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음식, 자연환경, 평소의 동경같은 끌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영국(UK)은 본인이 해외여행을 가면 늘 1순위로 가고싶은 곳중 하나였다.
의회 민주주의의 발상지이며 앵글로색슨 문화와 라틴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고 무엇보다 축구의 나라다.
우리가 방문할 5월은 성수기는 아니지만 연중 가장 쾌적한 날씨를 보여주는 기간이다.
환율도 꾸준히 하락해서 2015년 5월중순 당시 파운드당 1,630원 정도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영국을 선택했고 한정된 시간과 비용에 타협한 결과 런던으로 정하게 되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직항이 아닌 제3국을 경유해서 런던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China Airline이었고 갈때는 인천-베이징-런던, 올때는 런던-베이징-김포의 여정으로 이동했다.
덕분에 우리는 약 100만원 정도를 더 세이브할 수 있었다.
결혼식 당일에는 비행기 시간이 안되고 다음날인 일요일 2시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맑고 화창한 날이었다.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인천공항은 과연 명성에 걸맞은 곳이었다.
이런 공항을 외국계 기업에 팔려고 한 작자들은 과연 제정신일까 싶다.
출국수속과 Boarding 과정은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보는 본인에겐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기내식이란걸 먹었다.
무슨 음식이든 처음 먹는건 호기심반, 두려움반으로 가슴 졸이곤 한다.
다행히 중국항공의 기내식은 대중적인 음식이었고 나는 맥주까지 곁들여 맛있게 먹을수 있었다.


2시간여의 비행끝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베이징에 도착했다.
우리는 공항에 내려서 환승을 위한 여러가지 수속을 마친후 런던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공항에서의 시간이란 개념은 경험을 해봐야 알 수가 있다.
비행기의 출발시간은 사실상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충 맞춰서 오면 큰일 난다.
미리와서 복잡한 과정을 마치고 대기해야하는 시간이 지루하지만 그렇게 해야한다. 당신이 이코노미석을 예약했다면..
공항에 면세점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처럼 주로 이코노미석을 이용할 고객들은 대부분 우리가 경험했던 시간을 가질거라 생각한다.
쇼핑하며 색다른 경험이지만 지루하고 약간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
입국/출국과정은 기다림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나는 와이프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덩치 큰 어린아이에 불과할 뿐이다.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대략 10시간 가까운 비행이다.
와이프는 화장실에서 미리 화장도 지우고 옷도 편하게 갈아 입었다.
나는 비행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있다.
만약 사고가 나면.. 통신문제로 비행기가 충돌하면.. 분쟁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같은 유아수준의 걱정을 실제로 했었다.
우리가 탄 비행기가 분쟁지역(이를테면, 시리아나 우크라이나)의 상공을 지나면 어쩌지? 같은 걱정 말이다.
그래서 기내있는 내내 비행기의 경로를 실시간 지도로 보고 있어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베이징과 런던은 (써머타임으로) 7시간의 시차가 있어 실제 경과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우리가 비행기내에 머문 시간은 항상 밤이었다.
시간을 거스런다는 건 유쾌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긴 나에겐 모든게 신기한 경험이긴 하지만..
고위도 지역인 런던은 늦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완전한 어둠에 깃들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비행기 바퀴가 무사히 활주로에 닿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2015년 5월 10일 21시 우리는 런던 히드로 공항(Heathrow Airport)에 무사히 도착했다.

런던의 물가는 한국인에겐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영국의 1인당 GDP가 높고 파운드가 원보다 중요한 화폐때문은 아닌거 같다.
특히나 대중교통, 외식 같이 관광객이 체감할 만한 물가지수는 확실히 서울보다 비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런던의 주거비용은 서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런던이 비싸단 얘기다.
각설하고,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오이스터(Oyster) 카드를 구매했다.

우리의 숙소는 킹스크로스 세인트 판 크라스(King's Cross St.PanCross)역 인근의 키스톤 하우스(Keystone House)라는 게스트 하우스였다.
숙소는 인터넷을 통해 예매했는데 비용은 약 400파운드(6박) 정도였다(굉장히 저렴한 금액임)
지하철역이랑 가깝고 St.PanCross 역이 옆에 있어 교외에 나가기도 편한곳이다.


런던의 지하철은 Subway가 아니라 Underground라 표기한다.
또한, 그 모양이 둥글게 되어있어 Tube라고도 한다. 실제로 보니 진짜 치약튜브처럼 생기긴 했었다.
런던의 명물이라곤 하지만 서울의 지하철과는 비할바가 아니었다. 걍 서울 지하철이 짱이다.

지하철 라인은 우리처럼 숫자가 아닌 센트럴(Central), 서클(Circle), 디스트릭트(District), 빅토리아(Victoria).. 같은 고유 명칭이 있다.
히드로 공항에서 피카딜리(Piccadilly) 라인을 타고 King's Cross St.PanCross 역에 도착했다.

출국수속을 하는 시간, 오이스터 카드 구매 및 티켓 문의, 지하철 이동시간이 더해져 숙소 인근에 도착했을땐 밤11시가 훨씬 지난 시각이었다.
우리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그로 저녁 겸 야식을 해결할 참이다.
햄버그를 사들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잔금결제, key 수령(보증금 내야함)후 우리에게 배정된 방에 들어갔다.
Tween Room이래서 침대가 2개 붙어있는줄 알았는데 2층 침대였음.

일단 배가 고파 휴게실에서 햄버그 먹는데 쥐가 지나가 와이프가 꺄악~ 소리 지르는 바람에 TV 시청중이던 영국 청년 3명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영국에는 쥐가 많다.
오죽했으면 총리관저인 다우닝 10번가에 수렵보좌관을 두고 있겠는가?
이동의 과정과 새로운 국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으로 피곤이 몰려왔고 배를 채운후 씻고 나니 지체없이 잠이 쏟아졌고 우리는 그냥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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